[소설 수첩] 조남주 ‘82년생 김지영’, 한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

  • 등록 2017.11.28 15:3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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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선물로 준 것이 알려져 크게 회자 되기도

[웹이코노미= 손정호 기자] 조남주 소설가의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이 42만권 판매되면서 국내 출판계에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선물로 이 책을 선물하면서 수많은 김지영들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해 언론에 크게 회자되기도 했던 작품이다.

 

 

 

 

 

‘82년생 김지영’의 소설가 조남주는 실제로는 1978년생이다.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PD수첩’ ‘불만제로’ ‘생방송 오늘아침’ 등 시사교양 프로그램 작가로 10년 동안 일하다가, 2011년 장편소설 ‘귀를 기울이면’으로 문학동네소설상, 작년 장편소설 ‘고마네치를 위하여’로 황산벌청년문학상을 수상했다. 방송작가 겸 소설가인 셈인데, 그런 그의 경험이 ‘82년생 김지영’에도 녹아있다. 김지영은 그녀의 삶의 궤적이면서 고용이 불안하고 변동성이 큰 방송작가와 비슷한 직업군인 홍보대행사 젊은 여직원의 삶의 피로와 무의미한, 그 존재의 뒤틀린 가벼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나는 소설 속 김지영과 동갑인 82년생 남성이다. 그래서 82년생 김지영의 고민을 잘 아는 편이기도 하다. 내 여동생은 83년생이고, 할머니와 어머니는 스스로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사회적으로 무거운 룰 속에서 살아왔고 그런 룰이 여동생에게 부담으로 전가되는 것을 어머니와 여동생의 초등학교 선생님은 우려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80년대생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덜하지만 그 세대에도 아들을 낳기 위해 자식을 많이 낳는 집이 있었고, 그 이전 조선시대에는 아들을 낳지 못한 며느리를 쫓아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기도 했던 문화가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우리나라에도 여왕이 몇 분 계셨다. 현재 영국의 군주는 엘리자베스 여왕이고, 중국 역사에도 강력하고 막강했던 여왕이 있었다. 얼마 전에 헌법재판소에 의해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여성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기록은 어쩌면 우리가 지금까지 익숙하지 않았던 여성 정치 권력가들의 게이트라는 점에서 특이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남성이 여성에게 장가를 가는 모계사회도 존재하지만, 여왕이나 여성 최고 지도자, 모계사회가 인류의 전체 역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미만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5:5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왜곡된 수치로, 일반적으로 남성의 신체가 여성보다 강해서 자연으로부터 가족을 지켜내는 생물학적 역할을 남성이 수행해왔다는 점을 고려한다고 해도 아직 우리의 문화에서 여성의 위치가 더 발견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박상륭 소설가는 몇 년 전 광화문에서 팬들과 만나 술잔을 기울이면서 내게 지난 남성의 세기는 1~2차 세계대전 등 전쟁으로 얼룩져서 이제 여성들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것은 어쩌면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의 생존은 자연으로부터 가족을 지키는 것보다 우리가 만든 무기와 환경오염으로부터 우리를 지키는 게 더 중요한 시대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제 인간은 자연이 아니라 자신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영국 등 서구 선진국에서 여성 참정권이 인정된 시기가 아직 100년이 되지 않았다는 점, 남성의 참정권 보장 역사도 그렇게 길지는 않지만 그러한 뒤쳐짐은 고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활동했던 천재 여성 철학자 히파티야의 비극을 계속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355년경 태어난 히파티야는 대학으로 강의를 하러 가던 중 광신도들에게 이끌려 굴 껍데기로 피부를 벗기는 고문과 화형을 당해 비참하게 죽었다고 한다. 인류 지성사 초기의 천재 여성 학자의 이런 끔찍한 죽음에 대해서, 중세시대 유럽에서 행해졌던 마녀 사냥에 대해서 보다 수평적인 사회를 꿈꾸는 한 남성 지식인이 되고 싶은 나는 가슴 아프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것보다는 끔찍한 발견이기도 하다. 우리는 왜 지금 이런 모습으로 이곳에서 살고 있으며, 우리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내일을 살아가야 할까. 우리는 어떻게 평화롭게 자연과 우주, 생명, 새로운 것, 다른 것들과 공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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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호 기자 webecono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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