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삼성반도체 협력업체 노동자 백혈병 산재 인정...“관리자 직업병 첫 사례”

  • 등록 2017.11.24 22: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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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이코노미= 채혜린 기자]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에 대해 산업재해를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이 23일 “서울행정법원(재판장 김정숙)이 2017년 11월 17일 삼성반도체 노동자 故 손경주 씨의 백혈병을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며 이는 “관리자의 직업병이 인정된 첫 사례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반올림은 “(이번 판결은) 삼성반도체 공장 사내 협력업체 노동자의 백혈병이 처음으로 산업재해로 인정된 판결이고 오퍼레이터나 엔지니어가 아닌 관리자의 직업병이 인정된 첫 사례”라고 설명하면서 “삼성반도체·LCD 공장에서만 총 20명의 노동자가 10개 질환(백혈병, 림프종, 재생불량성빈혈, 유방암, 뇌종양, 난소암, 폐암, 다발성경화증, 다발성신경병증, 불임)으로 법원과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인정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삼성반도체 노동자 故 손경주 씨는 2003년 1월부터 2004년 10월까지 삼성반도체 화성공장에서 그리고 2004년 11월부터 2012년 8월까지는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반도체 제조설비 유지보수(PM) 업무를 담당하는 협력업체(메타테크, 기가텍)의 관리소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2009년 5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치료받다가 건강상태가 호전되자 2010년 8월 업무에 복귀했으나 2012년 1월 백혈병이 재발하여 다시 치료를 받던 중 2012년 8월 사망했다.

 

 

 

반올림은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쟁점은 망인이 반도체 생산라인 현장(클린룸)에 출입한 빈도와 시간”이라면서 “다른 직업병 피해자들이 현장에 상주하는 오퍼레이터나 엔지니어였던 것과 달리 망인은 엔지니어 업무를 총괄하는 관리소장이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망인이 “설비 구축(셋업) 초기 3개월 동안에는 주1회, 그 이후에는 월 1회 혹은 3개월간 1회 정도” 현장에 출입했고 그 안에 머무는 시간도 “회당 1-2시간”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고 반올림은 전했다.

 

 

 

그러나 유족 측은 망인이 남긴 기록과 동료 진술을 근거로 “셋업 기간인 3개월 동안에는 현장에 상주했고 그 이후에도 주당 2-3시간 현장에 머물렀다”고 주장했었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산보연)은 삼성 측 주장대로 망인이 현장에 출입한 시간이 적었으므로 유해물질에 노출된 수준이 낮았다고 봤고 근로복지공단은 그러한 산보연 역학조사 결과에 근거해 산재 불승인 처분을 했었다.

 

 

 

그런데 소송 과정에서 산보연은 삼성 측 진술에 의존하였을 뿐 망인의 현장(클린룸) 출입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않았던 점이 드러났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는 구역별로 운영되는 출입관리시스템을 통해 모든 출입기록이 전산자료로 저장되고 있었는데 법원은 산보연에게 조사 당시 그러한 자료를 조사하였는지 물었다.

 

 

 

산보연은 법원이 수차례 답변을 독촉하였음에도 14개월간 답변하지 않다가 판결 직전인 2017년 11월 15일에서야 “출입기록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법원은 삼성전자에 망인이 근무할 당시의 출입기록을 제출하라고 했는데 삼성은 “최근 3개월의 출입기록만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망인 근무 당시의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며 아무런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었다.

 

 

 

심지어 삼성은 이러한 자료은폐 문제를 지적하는 해외 언론(AP) 기사에 대해 “클린룸 출입 기록은 독성물질 노출 여부 판정과는 전혀 무관한 자료”라며 쟁점을 왜곡하는 반박을 하기도 했었다(2016. 8. 22. 삼성전자 뉴스룸 <AP통신의 잘못된 기사에 대해 사실관계를 바로잡습니다>).

 

 

 

반올림은 “공정거래위원회의 별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은 3개월 이상의 출입기록을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고 바판했다.

 

 

 

법원은 “사업주의 협조 거부 또는 관련 행정청의 조사 거부나 지연 등으로 그 질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작업환경상 유해요소들의 종류와 노출 정도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없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이는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단계에서 근로자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고려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망인의 경우 이 사건 사업장에서 발생한 벤젠 등의 화학물질과 전리방사선 등 유해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이 사건 질병이 발병하였고 이후 그 재발로 인하여 사망하였거나 위와 같은 노출이 발병 및 사망을 촉진한 원인이 되었다고 추단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망인의 현장(클린룸) 출입 빈도 및 시간에 관하여 “(망인이 현장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는 역학조사 결과는) 생산라인이 안정화되어 양산체제에 돌입한 이후의 단계에서 관리소장의 일반적인 직무내용에 대한 것으로 보이고, 망인의 실제 작업현장 출입기록은 조사되지 아니하였는데, 망인이 작성한 글이나 동료 증언 등에 따르면 망인은 초기 안정화 단계에 PM 작업현장에 빈번하게 출입하여 상당한 시간을 머물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반올림은 “(이는 법원이) 결과적으로 삼성 측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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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혜린 기자 webecono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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