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영의 투데이아트] 김수자가 원색의 천을 잘라 꿰맨 꾸러미 안엔 온갖 사연이 묻었다

  • 등록 2025.07.14 09: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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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이코노미 문화기획 ] 안재영 객원문화대기자 = 찐 작가인 미술가 김수자.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위험을 감수하며, 지속해서 미술과 삶을 사유하며 반영해 왔다. 작가의 ‘보따리’는 천 조각을 꿰매고 감싸고 묶는 작업을 통해 한국 문화의 상징적 물건이자 떠남을 은유하는 오브제로 탄생했다. 김수자의 보따리는 그녀의 페인팅이다. 어쩌면 이불보 자체는 페인팅인데 싸는 행위는 퍼포먼스이고, 싸여 있는 형태는 조각이자 설치 혹은 오브제인 셈이다. 그간 그녀는 퍼포먼스부터 조각, 설치, 비디오 등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음과 양, 시간과 공간처럼 형이상학적 개념을 넘나들 뿐만 아니라 각 지역 고유의 문화적 맥락을 한 데 잇는 대안적 글로벌리즘을 제시했다.

 

김수자는 80년대 에콜 데 보자르에서 석판화 연수가 프랑스와 인연이 돼, 이후 프랑스에서 수없는 커미션 작업과 설치 작업 등을 펼쳤다. 이번에 ‘보따리 작가’로 명성을 얻은 미술가 김수자가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문화예술공로훈장 오피시에(Officier)를 받았다. 2017년에는 문화예술공로훈장 슈발리에(Chevalier)를 받은 적도 있다. 한마디로 김수자는 우리 고유의 조형적 세계관을 확산한 동시대 대표 작가로 그녀의 초기 '꿰매기' 회화는 이후 보따리 오브제로 변주됐고, '꿰매기'와 '보따리'는 퍼포먼스, 설치, 영상작업으로 전개됐다.

 

김수자는 시적인 퍼포먼스와 비디오, 설치 등은 물론이고 천과 바늘, 보자기, 도자기 등 한국적 정서를 현대적으로 승화시켰다. 사실 보따리는 이미 존재하는 오브제다. 하지만 김수자는 이미 존재하는 사물의 의미인 보따리를 갖고 끊임없이 채광하고 드러내는 일을 해왔다. 그녀는 있는 것은 그대로 두되, 새로운 것을 볼 수 있는 일에 천착했다. 최소한의 행위나 오브제를 공간에 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이면서 새로운 의미나 개념을 전달할 수 있는 작업을 보여냈다.

 

서울과 파리 등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김수자는 상업적이지 않고 자기 성향대로 작업 그 자체에만 몰두하는 작가다. 회화, 바느질, 설치, 퍼포먼스, 영상, 빛과 소리, 건축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이불보와 헌 옷을 꿰매거나 천으로 오브제를 감싸는 작업 등 여성의 전통적 가사 노동을 현대미술로 승화해 일상을 예술에 접목했고 '떠도는 도시들-보따리 트럭 2,727㎞'(1997년)를 비롯해 설치미술 '보따리 연작'으로 명성을 얻었다.

 

그는 바늘과 직물의 수직, 수평적 질서를 이해하고, 이불보와 헌 옷을 꿰매거나 천으로 오브제를 감싸는 작업을 통해 회화, 조각, 퍼포먼스가 결합된 다차원적 오브제를 제시해 왔다. 김수자의 '꿰매기' 시리즈는 세계의 뒤엉킨 모습을 수평면과 수직면의 체계에 합성해 십자형의 구조를 형성하는 천의 아상블라주를 낳는다. 김수자의 'Bottari'는 국산 이불보로 무언가를 싼 한국식 보따리다. 우리에게 익숙한 사물이었던 보따리는 그저 무엇이든 싸서 묶은 '짐 꾸러미'지만 그 꾸러미 안에는 온갖 사연이 묻었다.

 

 

안재영 기자 ys@newsbe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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