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한윤형 "文정부, '최순실 게이트'로 드러난 한국 정치시스템 결함의 원인에 집중해야"

  • 등록 2017.11.16 10:4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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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5주년 특별인터뷰] 데이터앤리서치 부소장 겸 작가, “질적 경제 성장도 했지만 상생구조·양극화 등 미흡”

[웹이코노미= 손정호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대규모 정경유착 게이트, 세월호 참사 등 최근 우리 사회는 연이어 큰 문제에 봉착했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 정부에서는 우리나라의 정치 시스템 어느 지점에 문제가 있어서 결함들을 드러냈는지 해결하기 위해 집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조선일보와 서울대학교 주최 논술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고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를 거절하는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젊은 진보 지성으로 불렸던 한윤형씨. 한 때 ‘진중권 키드’라는 애칭으로도 불렸던 한씨가 '데이터앤리서치'라는 여론조사기관의 부소장을 맡으면서 최근 지방선거 실무 지침서 ‘지방선거 가이드북’이라는 신간을 출간하는 등 활발한 활동에 기지개를 켰다.

 

 

 

한윤형 데이터앤리서치 부소장은 지난 15일 <웹이코노미> 5주년 특별 인터뷰를 통해 최근 숨 가쁘게 돌아갔던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들에 대해 진단했다.

 

 

 

한 부소장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촛불 시민들은 나라를 뒤집자는 게 아니라 헌법을 준수하라는 요구를 했다”며 “예전과 다른 혁신을 추진하고 결실을 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혁명적 시기를 가져오는 혁명적 사건이라고는 얘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보수 진영에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같은 사람들만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전횡을 눈치 채지 못하거나 적당히 덮고 공모했다는 것”이라며 “우리의 정치 시스템 어느 지점에 문제가 있어서 이런 결함을 바로 잡지 못했는지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민주화 등 문재인 대통령 정부에서 추진 중인 혁신방안에 대해서는 양적으로 성장한 만큼 질적으로 혁신된 부분도 있지만, 대기업 중심 경제 체제에서 협력업체와 중소기업들이 살아가기 어려운 문제와 더불어 상생구조와 양극화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 구성원 상당수의 삶이 경제 발전과는 상관없이 괴로워졌기 때문에 시민들이 한 단계의 도약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여론조사를 봐도 시민들은 시장경제 하에서 중소기업과의 상생,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가 덜한 안정적인 사회를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과 문재인 정부의 외교 정책에 대해서는 기존 진보와 보수 담론이 너무 격차가 큰 평가를 내놓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쪽과의 외교에만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인데 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정부의 최소한의 행동을 너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건 문제라고 주장했다.

 

 

 

<다음은 한윤형 부소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최근 시대정신연구소에서 ‘지방선거 가이드북’을 공동 저자로 출판했다. 어떤 책인가.

 

 

 

▲ 선거 실무 도서다. 선거를 앞두고 이런 책들이 발매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선거 실무 경험까지 있는 것은 아니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정당 취재를 하면서 본 정도다. 개인적으로 진보 정당 당원이기도 했다. 실무를 가까이에서 봤다. 다른 저자 분들은 청와대 근무 경력도 있다. 그런 여러 경험을 모아서 폭넓게 바라보는 선거 실무서다. 내가 첨가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는 않았지만, 정치인의 미디어 관리만 아니라 포괄적으로 어떻게 메시지를 생산하면 좋을지 중점적으로 덧붙였다.

 

 

 

선거를 많이 한 분들에게 얘기를 들어보면 꼭 실무도서를 읽어야 한다고 한다. 몇 번 선거 실무를 진행해도 실무 전에 실무도서를 읽지 않으면 몇 가지를 빠트린다고 한다. 내년 지방선거는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새 정부 출범 후 최초의 전국 단위 선거다. 그 선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라고 본다.

 

 

 

- 내년 지방선거는 문재인 대통령 정부 출범 후 첫 선거다. 어떻게 전망하나.

 

 

 

 

 

 

▲ 정부 여당에게 유리한 국면이 그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게 나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예상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 정치는 워낙 역동성이 커서 중간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2016년 총선은 중간에 몇 가지 변수들이 있기는 했지만 막판까지 새누리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었다. 그때처럼 예측이 빗나갈 가능성도 있지만, 지금까지 추이와 현재 야당들의 패턴을 보면 변동이 없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아직까지 지지율이 높다. 촛불 시민들이 가졌던 새 정부에 대한 기대치로 아직까지는 지켜보는 것 같다. 또 여당의 첫 선거는 보통 여당에게 유리하다고 보는 것 같다. 여당을 뽑았으니까 일단 여당을 밀어서 여당이 어떻게 하는지 보자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야당이 아젠다를 던지기보다는 지리멸렬하게 소강하는 상태인 것도 사실이다.

 

 

 

-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게 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대규모 정경유착,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촛불 시민 등 최근 일련의 정국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 촛불 혁명이라고도 말하지만 혁명이라는 수사는 엄밀하게 붙여졌다기보다는 사람들이 좋은 사건에 이런 단어를 붙인 것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민들이 나서서 항의했지만, 나라를 뒤집자는 것보다는 헌법을 준수하라는 요구였다. 주어진 절차적 제도 속에서 정권이 교체되기를 압박했던 것이다. 국회로 하여금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도록 했고, 헌법재판소에서 파면 결정이 되도록 하는 일련의 과정이 절차의 제도 안에서 해결되도록 시민들이 압박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혁명과는 거리가 있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가 예전과 다른 혁신을 추진하고 결실을 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혁명적 시기를 가져오는 혁명적 사건이라고는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최순실씨 게이트가 터지고 그 실체가 밝혀지는 과정은 한국에서 그동안 보수라고 말했던 정치세력의 민낯을 보여주는 측면이 있었다. 물론 한국의 보수세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같은 사람들만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저런 사람들이 저런 방식으로 전횡하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거나, 약간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적당히 덮고 공모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다양한 성찰이 절실히 필요하다. 한국의 정치 시스템이 어느 지점에서 문제가 있어서 이런 결함을 바로 잡지 못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그 점에 대해 구체적인 얘기가 나오지 않아서 굉장히 아쉽다.

 

 

 

현 정부와 개혁 성향의 시민들은 단순하게 보수파가 나쁜 사람들이라고 치부하고 싶어 하는 것 같고, 보수파는 자기 혁신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 부분을 정확하게 도려내면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나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 국정농단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믿는 태극기 집회 세력과 절연해야 하지만 절연하지 못하면서도, 친박 세력은 당 밖으로 밀어내고 싶은 애매한 입장으로 사태를 끌고 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를 제대로 대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내년 지방선거까지는 여당이 유리할 것이라고 보는 지점이기도 하다.

 

 

 

-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성숙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어떤 진화가 필요하다고 보나.

 

 

 

 

 

 

▲ 최순실 게이트도 있었지만, 우리나라 시민들은 세월호 참사로 큰 충격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문제가 없다고 부인하기도 했지만, 최순실 게이트 이후에는 종편 방송사에서도 세월호 참사 이후에 있었던 여러 가지 문제들과 사건 발생 직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추궁하기도 했었다.

 

 

 

세월호 참사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인명 참사가 있었던 사건이다. 전문가 집단과 관료 등은 사회를 움직이는 체제여야 한다. 그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이들이 체계를 갖추고 일하는 게 필요하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는데, 어떻게 하면 이들이 좀 더 투명하게 드러나고, 그것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매우 필요하다고 본다.

 

 

 

세월호 참사를 예로 들어 말했지만, 군대에서 발생한 인권 유린 문제들도 지난 몇 년 간 불거졌다. 여러 가지 문제들에 있어서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민주적 통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과제를 한국 사회가 대면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 우리나라 경제는 규모 측면에서는 성장했지만, 주주 자본주의 등 질적 수준에서는 아직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도 많다. 우리나라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어떤 점들이 필요하다고 보나.

 

 

 

 

 

 

▲ 양적으로 성장한 만큼 질적으로 혁신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미진한 부분들은 대기업 중심의 경제 체제에서 협력업체나 중소기업들이 살아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상생 구조와 양극화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경제 발전과는 상관없이 사회 구성원 상당수의 삶이 괴로워지고 있다는 문제다. 이 문제를 중점적으로 풀어가는 방향으로 잡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방향은 경제 전문가들과 민주사회 시민들이 계속 합의하고 풀어가야 할 것이다.

 

 

 

주주 자본주의에 대해 말했지만 주주 자본주의를 강화하는 게 한국 사회에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를 갖고서도 논쟁이 있다. 구체적인 방편들은 제시하지는 못해도,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방향성이 우리에게 주어져 있다고 보인다.

 

 

 

실제 여론조사를 찾아봐도 대부분 그런 방향을 원하고 있다고 나타난다. 시장 경제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경제 하에서 중소기업과의 상생,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가 덜한 사회, 상당수 시민들이 조금 더 안정적이고 맘 편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원하고 있다고 본다.

 

 

 

-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고 돌아갔다. 향후 한국 외교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한다고 보나.

 

 

 

 

 

 

▲ 문재인 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기존 진보 담론의 경우 지나치게 친미적이고 충분히 민족적이지 못하다고 보기도 하는 것 같다. 보수 담론에서는 미국과 더 강하게 협력해야 하는데, 너무 중국에게 매달린다고 보는 것 같다. 같은 외교 행보에 있어서 이렇게 정반대의 평가가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두 개의 도그마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미일 협력 강화를 말하는 쪽과 민족 협력, 중국과의 우호를 말하는 쪽의 간극, 그 거리가 굉장히 멀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한국 외교가 처한 매우 어려운 상황도 있다. 중국과 경제 협력을 하지 않을 수도 없고, 미국과의 안보 협력이 주어져 있고 계속 추진할 수밖에 없기도 하다. 이런 너무나 간격이 큰 두개의 입장에서 이렇게 할 수도 없고 저렇게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자신의 편을 확대하고 운신의 폭을 넓히려는 정부의 최소한의 행동도 자신들만의 관점에서 너무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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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호 기자 webecono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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