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김광호 “올해 현대차 50주년, 100년 회사 만들려면 잘못된 관행 털고 가야”

  • 등록 2017.11.15 11: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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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사5주년 특별인터뷰] 현대자동차 공익제보자 “자동차 결함 발생 시, 스스로 인정해야 소비자가 신뢰”

[웹이코노미= 손정호 기자] “자동차 등 물건을 제작하다보면 결함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애플 ‘아이폰’,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도 결함이 있었다. 중요한 것은 결함이 발생했을 때 먼저 스스로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래야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받는 기업이 된다.”

 

 

 

 

 

이는 작년 말 우리나라 국토교통부와 국회의원실, 미국 교통안전국(National Highway Traffic Safety Administration)에 현대·기아자동차의 제작결함 은폐 의혹 등을 공익 제보한 김광호 전 현대자동차 부장의 말이다.

 

 

 

김 전 부장은 지난 13일 <웹이코노미> 5주년 특별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의 회상과 앞으로의 방향 설정 등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그는 “올해 12월은 현대차의 50주년으로, 앞으로 100년을 바라보는 회사를 만들려면 잘못된 관행을 털고 가야 한다”며 “잘못이나 잘한 것을 모두 있는 그대로 드러내놓고 소비자들에게 냉정하게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는 판매대수 기준으로 폭스바겐, 도요타, GM, 르노닛산에 이어 세계 5위의 자동차 제조사”라며 “당분간 글로벌 5위를 유지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4위와의 간격이 점점 커지고 있고 중국 시장에서 상품성이 많이 떨어졌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역성장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실적과 중국 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 하락 모두 고객과의 신뢰, 약속, 투명 경영과 연결돼 있다는 분석이다. 투명한 경영을 통해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고 신뢰를 얻어야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 것.

 

 

 

특히 문재인 대통령 정부가 재벌 위주 정책 때문에 빈부 격차가 커지는 상황에서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정책기조를 상당히 바로 잡은 것 같다고 말했다. 범정부 차원의 자동차 결함 TF도 그런 측면에서 구상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비자와 후배들을 향해서는 자신은 이미 회사를 나왔지만 앞으로 10년, 20년 계속 좋은 자동차를 만들어야 한다며, 영국의 정치가 에드먼드 버크의 말을 인용해 모든 사람들이 다 공익제보를 할 수는 없지만 악이 계속 승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선한 사람들이 공익제보자를 응원하는 등 최소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김 전 부장은 현대자동차에서 26년 동안 엔지니어로 일했다. 작년 말 공익제보로 해고된 후 국무총리실 직속 국민권익위원회의 해고 무효 및 복직 결정으로 복직했지만 한 달 만인 지난 5월 퇴사한 바 있다.

 

 

 

<다음은 김광호 전 부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 미국 교통안전국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미국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나도 궁금하다. 지금은 조사 중이기 때문에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방향을 예상하기는 어렵다. 현재까지는 예상했던 방향대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5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이 세타2엔진에 대해서 적정성 조사를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공지를 통해 발표했다. 절차대로 상당히 중대한 사안으로 계속 조사하고 있다. 이전 사례를 보니까 여러 건 조사된 게 있었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결론이 나지 않을까 희망하고 있다.

 

 

 

- 이번 이슈로 현대차가 성장했다고 보나. 현대차 후배들을 위해 한 마디 해 달라.

 

 

 

▲ 안타깝게 생각한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애플 아이폰,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7도 그랬다. 물건을 만드는 과정에서 결함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결함이 나오지 않는다면 더 좋겠지만, 결함이 발견됐을 때는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 문제가 생겼을 때 법대로 처리하라고 법도 만들어놓은 것이다.

 

 

 

결함이나 잘못을 스스로 먼저 인정하지 않으니까 소비자들이 계속 믿지 못하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불신은 거기에서부터 쌓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이 인터넷에 ‘흉기차’라고 댓글을 단다. 그런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잘못된 것을 인정하고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올해 12월이 현대차 50주년이다. 큰 행사도 있을 것 같다. 앞으로 100년을 바라보는 회사를 만들려면 잘못된 관행을 털고 가야 한다. 그런 관행이 만약 사실로 확인되면, 그런 관행을 만든 사람들을 인적 청산하고 가야 100년을 바라보는 회사가 가능한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데 인정하지 않고 덮고 넘어간다고 덮어지겠나. 잘못이 있으면 있는 대로, 잘한 것이 있으면 잘한 것대로 있는 그대로 드러내놓고 소비자들에게 냉정하게 평가를 받아야 한다.

 

 

 

회사 경영방침 중에 투명 경영이 있다. 현장 경영, 투명 경영, 신뢰 경영이 3대 경영 방침이다. 품질 경영도 한다고 한다. 현대차는 판매대수 기준으로 자동차 회사 글로벌 탑5다. 폭스바겐, 도요타, GM, 르노닛산에 이어 5위다. 판매대수에서 6위인 포드와는 상당히 차이가 많이 난다. 당분간 글로벌 5위는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4위와의 격차가 상당히 많이 벌어지고 있다. 1~4위는 거의 비슷하다. 4위와 5위인 현대차는 작년에 200만대 정도로 격차가 벌어졌다. 올해는 그 간격이 더 벌어질 것 같다.

 

 

 

경영 실적은 모두 역성장으로 가고 있다. 투명 경영과 별개의 이야기가 아니다. 고객과의 약속, 고객의 신뢰와 경영 실적이 별개가 아니다. 올해는 마이너스 성장이 기정사실화 돼 있다. 중국 시장에서 특히 상품성에서 많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있다. 사드 배치 문제 등으로 인해서 크게 이슈화되지 않고 많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부분 알려져 있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 문재인 대통령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 기업과 경제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 문재인 정부가 하고 있는 적폐 청산과 연관해서 우리나라에서 법이 소비자나 국민 권익을 제대로 보호하고 있는지 상당히 문제 제기하는 부분이 많다. 자동차관리법이나 공익신고자보호법 등이 계속 보완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미흡하다. 여러 가지 사정들이 있겠지만 현재 재정된 법대로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더불어 잘 사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한다. 지금 현재까지는 재벌 위주의 정책 때문에 일반 서민들은 빈부 격차가 벌어지고 상대적인 발탈감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측면에서 정책 기조를 상당히 바로 잡은 것 같다. 자동차 산업 분야에서도 적폐 청산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상당히 발전시켜야 할 부분들이 많다. 범정부 차원의 자동차 결함 TF도 그런 측면에서 하겠다는 것으로 생각된다. 방향은 제대로 잡은 것 같다. 실질적인 입법이나 집행을 통해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조치들이 취해져야 할 것이다.

 

 

 

- 이 인터뷰 기사를 볼 자동차 소비자들을 위해 한 마디 해 달라.

 

 

 

▲ 나의 처음 화두는 자동차 리콜이었는데, 지금의 화두는 공익제보다. 왜 공익제보가 필요한가, 공익제보를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지 지금까지의 제보 사례들 등을 많이 접하고 있다. 국민권익위 홈페이지에 가보면 교육자료를 다운로드받을 수 있다. 그중에 ‘악이 승리하는 데 필요한 유일한 조건은 선한 사람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는 말이 있다. 영국의 정치가 에드먼드 버크가 한 말이다. 곰곰이 되씹어보니까 정말 의미 있는 이야기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한테 직접적인 피해가 없으면 못 본 척 한다. 내가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이 없으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것을 거꾸로 얘기하면 나만 잘 살면 된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에드먼드 버크의 말에 의하면 결국 그런 행동은 악의 승리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다 공익제보에 나설 수는 없지만, 적어도 공익제보자들이 소속 집단의 부정부패나 공익 침해행위에 대해 용감하게 손을 들고 호각을 부는 행위를 했을 때 응원하는 역할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하게 된다. 비록 나는 회사를 나왔지만 자동차 회사는 앞으로 10년, 20년 계속 좋은 자동차를 만들어내야 한다. 나 한 사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회사가 바로 설 때까지 내부감시자가 있어야 회사가 바로 운영된다. 그런 역할이 없으면 수레바퀴가 계속 굴러갈 수 없다. 일반적으로 회사는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인데, 그런 것을 견제할 내부감시자들이 계속 바른 말을 해줘야 회사가 정상적으로 굴러간다. 한 쪽 바퀴만 계속 열심히 굴리면 수레가 제대로 갈 수 없다. 악이 계속 승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선한 사람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최소한의 역할을 꼭 해야 한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webeconomy@naver.com

 

 

 

손정호 기자 webecono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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