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팟캐스트를 왜 인수했을까?

  • 등록 2020.07.24 18:4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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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이코노미=이지웅 기자]

 

"우리 앞에 놓인 이 암울한 시간이 어쩌면 우리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지도 모릅니다. 저는 오늘 이 땅과 해외에 있는 국민들에게 저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말더듬이 영국 국왕 조지 6세는 1939년 9월 3일 독일에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국민들과 어려운 시기를 넘어서기 위해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했다. 한 마디 한 마디를 또박또박 마이크에 내뱉었다. 국민들에게 단합을 호소하는 연설을 했다. 조지 6세의 육성을 담은 이 명연설처럼, 20세기 라디오에서는 희로애락이 흘러나왔다. 1877년 토머스 에디슨은 축음기를 발명했고, '소리'는 최고이자 최대 미디어였다. 오디오 콘텐츠는 반 세기동안 군림했다. 곧 TV가 왕좌를 찬탈했다. 80년대 영국 밴드 버글스는 '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다'고 노래했고, 밴드 퀸은 '라디오, 누군가는 너를 아직 사랑해'라고 속상한 마음을 소리쳤다.

 

2000년대 팟케스트가 등장하며 오디오 콘텐츠가 부활 소식을 알렸다. 하지만 유튜브는 그보다 강했다. 비디오는 뉴노멀이 됐다.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를 비롯한 IT공룡들도 '비디오 퍼스트'를 외쳤다.

 

 

비디오 퍼스트 시대, 뉴욕타임스(NYT)는 다시 오디오를 택했다. 2020년 7월, NYT는 팟캐스트 스튜디오 시리얼 프로덕션(Serial Productions)를 인수했다. NYT는 이 거래에 2,500만 달러(약 300억 원)을 지불했다고 해당 인수에 정통한 사람을 인용하며 전했다. 시리얼은 미국판 '그것이 알고싶다'나 'PD수첩', '셜록'이다. 탐사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뉴스 팟케스트다. 뉴스는 글에서 소리로 뻗어나갔다.

 

NYT가 오디오 콘텐츠를 품은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3월 NYT는 오디오 콘텐츠 스타트업 오덤(AUDM)을 인수했다. 오덤은 성우가 긴 기사를 읽어주는 서비스다. NYT는 자체 팟캐스트 '더 데일리'도 운영했다. 하루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팟캐스트를 듣는다. 2019년 미국 대표 TV뉴스 폭스 뉴스(Fox News)를 본 미국인이 평균 250만 명이었다. NYT는 이 흐름을 2010년대 초부터 그렸다. <뉴욕타임즈 혁신보고서>에서 NYT는 "새로운 것들을 개발해야한다"며 "디지털 믹스 저널리스틱폼을 개발해야한다"고 적었다. 오디오는 그 중 하나였다.

 

오디오 시장은 성장세다. 미국 에디슨연구소는 2018년 미국 팟케스트 청취자는 매월 7,300만 명이라고 전했다. 2013년(3,200만 명) 대비 200%이상 규모가 커졌다. 미국 오디오북 출판협회도 오디오북 시장이 매년 20%씩 성장한다고 분석했다. 이 시장을 견인하는 이들은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다. 미국 라디오 방송국 아이하트미디어(iHeartMedia)는 이 세대들이 매주 18시간, 매일 2.6시간 보다 더 오래 오디오 콘텐츠를 듣는다고 지난해 조사했다. 아이하트미디어는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중심으로 소비자들은 팟케스트를 받아들이고 있다"라며 "팟케스트가 많은 이들에게 학교와 일터에서 탈출구로서 온라인 동영상을 대체하고 있다"고 적기도 했다.

 

 

시장조사기업 스테티스타(Statista)도 유사한 조사결과를 내놨다. 이 기업은 미국 밀레니얼 세대가 뉴스를 어떤 플랫폼에서 받아보는지 알아봤다. 일 기준, 28%는 라디오, 8%는 팟케스트, 57%는 소셜미디어를 택했다. 주 단위로 확장하면, 소셜미디어는 18%로 낮아진다. 반면, 라디오는 20%, 팟케스트는 10%로 늘어난다.

 

왜 Z세대는 오디오 콘텐츠를 즐길까. 답은 멀티테스킹(Multi-tasking)에 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Z세대를 묘사하며 "이들은 서로 다른 과제들 사이를 전환하며 동시에 광범위한 자극에 주의를 기울이는 행동이 자연스럽다"고 설명했다. 2015년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표현한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로 살아가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Z세대는 스마트폰으로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고, 여러 콘텐츠를 한번에 소비하는 경향이 짙다. 오디오 콘텐츠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귀는 듣지만 눈과 손은 자유롭다. 반면 비디오는 다른 콘텐츠를 동시에 소비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다. 듀얼스크린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이 아니면, 유튜브를 보며 카카오톡을 날릴 수 없다.

 

 

팟캐스트 등 오디오 이용자들은 대체로 귀는 들으면서 손과 눈으로는 다른 일을 한다. 국내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이 2017년 1,449명을 대상으로 조사하니, 청취행위만 하는 이용자는 17%에 불괴했다. 나머지 83%는 팟캐스트를 들으면서 다른 일을 같이 했다. 운전이나 운동, 청소, 빨래 등이다.

 

콘텐츠 시장은 시간 빼앗기가 관건이다. 사람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간은 제한된다. 콘텐츠 기업들은 그 시간을 두고 여러 콘텐츠 형태로 땅따먹기식 전쟁을 치른다. 오디오는 다르다. 타 콘텐츠와 공존할 수 있다. 웹툰과 유튜브를 함께 볼 수는 없지만, 팟캐스트는 가능하다. 일을 하면서도 들을 수 있고, 지옥철을 타고 오는 출퇴근 시간을 알차게 채워줄 수도 있다. NYT는 이 지점을 노렸을 것이다. 멀티태스킹 시간이 NYT가 노린 공격 좌표이지 않을까.

이지웅 웹이코노미 기자 webecono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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