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숙철 한전 전력연구원장, ‘안전불감증’ 책임론....자격미달 업체에 발전소 시험 위탁

  • 등록 2020.03.12 09: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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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발전소 관리·감독은 적극적이면서 국내 발전소 관리는 '하청에 재하청' 부실관리

 

[웹이코노미=김필주 기자]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 기업부설연구소인 전력연구원이 최근 화력발전소 발전기 등에 대한 특성시험 수행 기관으로 자격미달 업체를 지정한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돼 안전불감증 논란에 휩싸였다. 앞서 지난 2016년 10월 20일 전력거래소는 ‘발전기 기술특성시험 관리지침’에 따라 전력연구원을 특성시험 1등급 기관으로 지정한 바 있다.

 

감사원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력연구원은 2017년 3월부터 2018년 2월까지 남부발전과 수자원공사로부터 총 5건의 특성시험 요청을 받았다. 당시 전력연구원은 발전설비 특성시험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개발용역을 진행하고 있었다.

 

또 지난 2017년 5월 캐나다 전력연구기관 P사와 발전기 현장시험 진단과 전력계통 실시간 해석 분야 공동연구개발·기술지원 사업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독자적으로 특성시험을 직접 수행할만한 기술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였다. P사는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British Columbia)주에 위치한 회사로 여러 전력회사가 공동출자해 설립한 전력분야 연구전문기업이다.

 

이같은 상황인데도 전력연구원은 남부발전 등의 특성시험 요청을 거절하지 않고 당시 자격미달업체였던 오앤엠코리아에 하동화력 제2호기 등 총 5건의 시험용역을 위탁했다. 오앤엠코리아는 발주처인 전력연구원 승인없이 이를 다시 앞서 언급된 캐나다 P사에 재위탁했다. 문제는 P사 역시 특성시험 기관으로 지정된 곳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감사원은 이러한 사실을 밝혀내는 과정에서 당시 전력연구원 직원들의 부당한 업무처리 내역도 함께 적발했다.

 

직원 A씨는 지난 2016년 1월 4일부터 지난해 7월 29일까지 전력연구원 내에서 발전소 등 특성시험 관련 업무를 진행하면서 기술개발용역 계약 관리·감독 업무도 함께 도맡았다. 남부발전 등이 총 5건의 발전소 특성시험을 전력연구원에 요청할 때 A씨를 비롯한 전력연구원 직원들은 특성시험을 직접 수행한 경험이 없는 상태였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A씨는 자격미달업체인 오앤엠코리아가 남부발전 등이 요청한 특성시험을 수행하기에 무리가 없다고 임의 판단했고 부하직원인 B씨에게 지시해 오앤엠코리아가 총 5건의 특성시험을 수행토록 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A씨는 오앤엠코리아가 전력연구원 동의 없이 남부발전 등이 요청한 특성시험을 다시 캐나다 P사에게 재위탁한 사실을 알고도 묵인했다. 뿐만아니라 A씨는 오앤엠코리아가 5건의 특성시험 현장에 수행계획서상 기재된 특급기술자 4명이 아닌 초급기술자 2명만 투입한 사실을 알고도 이를 눈감아줬다.

 

감사원 조사 결과에 대해 한전은 특성시험 투입인력 관리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부문의 잘못은 인정했다. 다만 한전은 남부발전 등이 요청한 5건의 특성시험 현장에서 전력연구원 주도 아래 시험이 이뤄졌으므로 전력연구원이 직접 특성시험을 수행한 것이라는 의견을 감사원에 제시했다.

 

반면 특성시험관리지침을 관장하는 전력거래소는 시험기관으로 지정된 전력연구원의 직원이 특성시험에 동행했더라도 시험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은 자격미달업체가 특성시험을 수행하도록 한 것은 지침을 어긴 행위로 보았다. 또 지침에서 규정한 전문인력을 특성시험 당시 투입하지 않은 것도 지침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결국 감사원은 전력거래소 주장이 옳다고 판단했고 한전측 의견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감사원은 김종갑 한전 사장에게 사내 인사관리규정 제88조에 따라 A씨를 경징계(문책) 이상 징계처분하라고 조치했다.

 

감사원은 조영탁 전력거래소 이사장에게는 A씨를 비롯해 특성시험 업무를 부당하게 수행한 전력연구원 직원들을 제재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 요청 뒤 전력거래소는 지난달 홈페이지를 통해 “감사원 제재통보에 따라 지난 2월 18일자로 전력연구원의 시험기관 자격이 취소됐다”고 공지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감사원이 지적했듯 전력연구원의 행위는 발전기 관리지침상 기관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며 "이에 따라 전력연구원은 향후 2년 동안 시험기관 업무를 수행할 수 없으며 2년 뒤 심사위원회를 재소집해 업무 수행 능력 등을 평가한 뒤 등급을 다시 부여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력연구원은 감사원의 제재 조치 지시에도 아직까지 별다른 공지가 없는 상황이다. 전력연구원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 내역과 관련해 추가로 확인해 줄 수 있는 사항이 없다”며 짤막히 답했다.

 

그동안 전력연구원은 한전의 해외사업과 국내 전력그룹사 및 민간발전사의 발전설비를 진단한 뒤 시설 손상 예측·오류 수정 등 해결책을 제시해 발전설비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사전 예방하는 업무를 진행해왔다.

 

실제 전력연구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필리핀 일리한 발전소 보일러 배관손상 사전예측, 요르단 알카트라나 발전소 보일러 튜브 부식손상원인 규명, UAE 바라카(BRAKA) 원자력발전소 로터 시운전 컨설팅 및 40여건의 오류 수정 등 그동안의 치적 등을 홍보하고 있다.

 

이번에 감사원이 문제 삼은 발전소 특성시험 5건은 경남 하동화력 제2·3호기, 부산 복합화력 제3·4호기, 경북 임하수력 제1호기 등 모두 국내에 존재하고 있는 발전시설들이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전력연구원이 돈이 되는 해외 발전소 시설 관리에만 집중한 채 정작 우리 국민들의 안전은 무시한 것 아니냐며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력연구원이 밝혔듯이 철저한 예방을 통해 발전소의 대형 사고를 예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업무다”라며 “따라서 이번 징계에 대한 책임 소재에서 김숙철 전력연구원장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2018년 발생한 경기도 포천 석탄 화력발전소 폭발사고도 조사 중 인·허가 과정에서 불법·부당 의혹 등이 발생하자 지난 2019년 특위가 꾸려진 뒤 지난달 말까지 운영됐다”며 “만약 이번 문제점이 적발되지 않았다면 전력연구원이 특성시험을 맡았던 발전소들도 미래에 사고가 발생했을 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라고 피력했다.

김필주 웹이코노미 기자 webecono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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