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법인 리포트 ③ 목암생명과학연구소] GC녹십자 '삼촌-조카' 경영권 다툼 캐스팅 보트 쥐나

  • 등록 2020.02.07 16: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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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민간 비영리연구소...그룹 지주사 녹십자홀딩스 지분 9.79% 보유

 

[웹이코노미=김필주 기자] 정부가 장학금·학자금 등 사회공헌활동에 이바지하는 공익법인에 대해 내년부터 규제·감시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그동안 공익법인은 주식출연시 상증세 면제 등 다양한 혜택을 정부로부터 받아왔다. 그러나 일부 공익법인은 이같은 혜택을 총수일가 지배력 강화에만 사용하고 정작 공익활동은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에 반해 대부분 공익법인들은 수입금액 대부분을 목적사업비로 지출하고 국세청, 홈페이지 등을 통해 매년 경영활동 사항을 투명 공시하는 등 원래 설립 목적인 사회공헌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펼치고 있다.

 

웹이코노미가 목적사업비 지출내역, 계열사 지분 보유 현황, 이사회 구성원들과 총수일가간 이해관계 등 공익법인 현황을 기획시리즈로 분석한다.

 

 

지난해 5월 창립 35주년을 맞은 목암생명과학연구소는 GC녹십자 창업주인 고(故) 허영섭 전 회장이 지난 1983년 세계에서 3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B형 간염백신 판매 수익으로 1984년 설립한 국내 최초 민간 비영리 연구소다.

 

당시 녹십자연구소로 불렸던 이곳은 1985년 목암생명공학연구소로 이름을 바꿨고 2016년 현재의 목암생명과학연구소로 명칭을 변경했다.

 

목암생명과학연구소는 우리나라 민간 연구기관 최초로 과학기술처(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승인을 받은 기업 출연 비영리 연구재단법인으로 WHO 협력센터에 지정되기도 했다.

 

전세계 8명 교수진과 70명 이상 과학자들에 의해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목암생명과학연구소는 설립 이래 B형 간염·전염성 출혈열·정맥류 등에 대한 재조합 백신과 HIV(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와 C형 간염 바이러스에 대한 진단시약, 인터페론과 G-CSF(과립구 집락 자극인자) 치료제 등을 개발했다. 현재까지는 190개 이상 특허를 등록한 상태다.

 

목암생명과학연구소는 허영섭 전 회장 동생인 허일섭 녹십자홀딩스 회장이 지난 2010년 제2대 이사장에 오른 뒤 현재까지 이끌고 있다. 목암생명과학연구소에는 허 창업주의 둘째아들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이 이사에 속해 있기도 하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목암생명과학연구소의 총 자산규모는 약 1443조원이다. 이중 85% 정도인 약 1232억원이 주식 및 출자지분이며 나머지는 건물과 토지, 금융자산, 기타 자산으로 구성돼 있다.

 

주식 등의 보유현황(2018년말 기준)을 살펴보면 목암생명과학연구소는 녹십자홀딩스 9.77%, Curevo.Inc 18.6%, 한일시멘트 및 한일홀딩스 각각 0.96%, 녹십자 0.005%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목암생명과학연구소는 2018년 한 해 동안 약 257억원의 비용을 지출했는데 이때 공익목적사업으로 사용한 비용은 70억원 가량으로 이는 총 비용 대비 27% 수준이다.

 

2018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목암생명과학연구소는 녹십자홀딩스, 녹십자, Curevo.Inc 등 특수관계자와의 거래를 통해 100억원 정도의 매출을 달성했다. 내부거래 매출 중 67%는 녹십자와의 거래로 이뤄졌으며 Curevo.Inc와 녹십자홀딩스가 각각 19%, 14%씩 차지했다.

 

목암생명과학연구소, 삼촌보다는 조카 손 들어주나

 

GC녹십자그룹은 삼촌과 조카의 공동 경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허일섭 회장은 GC녹십자홀딩스와 GC녹십자 회장직을 맡고 있으며 그의 조카인 허은철 사장과 허용준 부사장은 각각 GC녹십자와 GC녹십자홀딩스에 적을 두고 있다. 허용준 부사장은 대표이사 허영섭 창업주의 막내아들이다.

 

지난 2009년 허영섭 전 회장이 작고한 후 동생 허일섭 회장이 그룹 총수에 해당되는 녹십자홀딩스 회장직에 올라서자 업계에서는 일정 시간이 흐르면 삼촌이 조카들에게 자연스럽게 경영권을 승계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시 가장 유력한 경영권 승계 후보로는 허은철 사장이 꼽혔다.

 

하지만 최근 들어 GC녹십자 그룹의 경영권 승계는 안갯속에 잠긴 듯 불투명한 상황이다.

 

지주사인 GC녹십자홀딩스는 그룹 내 핵심계열사인 녹십자의 최대주주로 작년 3분기 기준 지분 50.06%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녹십자홀딩스 지분을 많이 보유할수록 향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작년 3분기 기준 허일섭 회장이 보유한 녹십자홀딩스의 지분은 12.09%다. 허은철 사장과 허용준 부사장은 각각 2.56%, 2.81%씩 지분을 갖고 있다. 단순 지분 보유 현황상 조카들이 밀리는 형국이다.

 

허일섭 회장의 두 아들인 허진성 녹십자바이오테라뷰틱스 상무와 허진훈씨도 녹십자홀딩스 지분을 각각 0.66%, 0.62%씩 보유하고 있고 배우자 최영아씨와 장녀 허진영씨도 각각 0.33%, 0.27%씩 갖고 있다. 허일섭 회장 일가 지분을 모두 더할 경우 13.97%로 허 사장과 허 부사장이 보유한 총 지분 5.37%와 비교해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런 이유로 업계에서는 GC녹십자 소속 공익재단이 향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목암생명과학연구소, 미래나눔, 목암과학장학재단은 현재(2019년 3분기 기준) 녹십자홀딩스 지분을 각각 9.79%, 4.38%, 2.10%씩 보유한 상태다.

 

이들 공익재단이 어느 쪽 손을 드느냐에 따라 경영권 다툼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공익재단 3곳 모두 허영섭 전 회장이 설립했기 때문에 허은철 사장이 허영섭 회장에 비해 좀 더 유리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GC녹십자 그룹이 소유한 공익재단은 그동안 의결권 도구로 사용됐다는 지적이 많았다"면서 "3곳 중에서 녹십자홀딩스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 중인 목암생명과학연구소가 누구 편에 서게 될지가 관건"이라고 피력했다.

김필주 웹이코노미 기자 webeconomy@naver.com

 

김필주 기자 webeconom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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